한 번 당하고 조심했으나 또 당했습니다. 

모시고 사는 분께서 물어뜯는 행동을 매우 좋아하십니다. 고양이용 인형, 마따따비 스틱, 유명하다는 장난감은 다 사다가 바쳤어요. 질리는 듯한 눈치를 보내시기라도 할라치면 곧장 찬장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드렸고요. 그런데 만족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괜찮은 이어폰인데 벌써 똑같은 걸로 두 번이나 해 드셨거든요. 

집중된 환경에서 일해볼까 귀에 이어폰을 얹었지만, 어딘가로 새어들어오는 소음과 들리지 않는 음악. USB 포트를 끼웠다 뺐다 하기를 여러 번. 그제야 보이는 뜯긴 구리줄들. 새로 산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물론 집사인 제가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이 더 크죠. 뭐든 보이면 물어뜯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상 위에 버젓이 좋은 물건을 꺼내놓고 정리해두지 않았으니까요. 휴… 그런데도 끊긴 줄을 발견했을 때의 분노란! (그치만 집사가 분노해봐야 무슨 수가 있겠어요? 😩)  

사랑하는 대상이라도 감정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상대방의 행동을 (동물적인 행동이든, 이성적인 행동이든)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복합적이듯 상대방도 그러할 것이고, 다양한 감정이 섞이고 뒤엉켜 발현되는 행동들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타인을 단순하게 나쁜 사람으로, 자신을 복잡하게 좋은 사람으로 바라본다고 어떤 작가님이 말했죠. 상황이 복잡할수록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구도를 단순하고 선명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는 더 강해지고요. 복잡한 세상, 그냥 복잡하게 사는 게 가장 단순하게 사는 법 아닐까요? 절대로 흑백논리에 빠져들지 말 것! 어차피 복잡한 존재끼리 얽히고설키면서 사는 인생,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싸울 건 싸우고! 마음은 편하게! 복세편살! 그래도… 고만 좀 물어뜯으면 내 마음이 편하겠다! 

SONY-WH1000X M4 하나 날려 먹은

이남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