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맛집이 아니라 현지인 달리기 코스를

저는 여전히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B레터 51호, 116호)

달리기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특히 새로운 지역에서 달리는 즐거움이 추가되었습니다. 익숙한 매일의 달리기 동선에서 벗어나 낯선 지역에서 달리는 즐거움 말이죠.

💼계기는 올해 들어 잦아진 출장 때문이었습니다.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는 일정이 자주 있다 보니 달리기 루틴이 깨지기 일쑤였습니다. 와중에 제주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일정이 잡혔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닷가나 달려보자고 생각한 거죠. 숙소도 일부러 인근에 잡고 운동화와 옷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달리기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비록 비 때문에 근사한 풍광은 못 보고 다음날 감기로 고생하긴 했지만 생전 처음 가 본 낯선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생각보다 신선하더라고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위에서 숨을 들이쉬며 온몸으로 리듬을 타는 느낌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느낌입니다.

🏞️그 이후 1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늘 현지를 달렸습니다. 운이 좋으면 앞서 해안 도로 등과 같이 경치가 좋은 곳을 달리기도 하지만 공설운동장이나 평범한 도로를 달리는 날이 더 많았어요. 사실 공설/시민운동장은 그냥 400미터의 트랙을 계속 도는 거라서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초록 잔디가 단정하게 관리된 운동장에 빙 둘러선 트랙을 따라 달리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아요. 또 그 시간에 같이 트랙에서 달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프로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진심이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 보면 처음 본 사람이지만 동료애를 느낍니다. 말 한마디 나누진 않아도 박수 쳐주고 싶더라고요.🙌

🗺️이렇게 출장이 늘어갈수록 달리기 지역도 늘어갔어요. 지도 위에 표시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현지인 맛집보다는 현지인 달리기 코스를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급기야는 휴가를 가서도 달렸어요. 전국에 약 250개의 시/군/구가 있습니다. 이 중 100개에서만이라도 현지인들의 달리기 코스를 섭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 달리기 지도를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서로의 정보를 공유해서 말이죠.

부상없이 즐겁게

박기범 드림

동그란 지구에 네모난 소식지

한 줄로 정리해주는 이번 주 비플러스 소식

회원님께 전해드리는

안녕하세요, 회원 님. 마케터 H입니다.👩‍🚀

일주일간 잘 지내셨나요? 분명 뉴스레터에서 7월을 마무리한단 이야기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빛과 같이 흐르는데 정신과 몸은 빛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도 과거 저 편 6월쯤에 뿌리박혀 있단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빛의 속도라 하니 생각나는 책이 있네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SF 책을 아시나요? 수록된 단편 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수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작은 우주선에 오른 노인 '안나'가 나옵니다. 빛의 속도로 가도 수만 년이 걸리는 길이니 아마 일반적인 안나의 우주선이 도착하는 것은 수 십만, 아니 수 억 년 후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미 노인이 된 안나가 살아서 가족들을 만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안나는 웃으며 떠납니다. 이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었을진... 직접 읽어 보시고 회원 님 만의 단어로 표현해 보는 게 어떠세요?😉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고,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책이랍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인 만큼 한 번쯤 읽어 보는 걸 추천드려요! (사족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은 〈스펙트럼〉 이랍니다.😌)

빛의 속도로는 가지 못하는 정신이지만 열심히 어르고 달래 9월로 데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9월에는 B-레터에 작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에요! 편집자들의 여러 고민과 구독자님들의 피드백 등등이 모여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해 주세요. 그럼 8월의 마지막에서 9월의 시작에 서 계신 회원 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