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레터 #8. 27시간짜리 세계여행 🌏

2020. 5. 15.

Youtube타고 떠난 27시간 세계여행 🌏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

요즘 유튜브 채널 <빡세게 세계여행, 빠니보틀>에 푹 빠져있습니다. 채널명으로 알 수 있듯이 '빠니보틀'은 배낭여행자입니다. 2019년 1월 야심차게 배낭 세 개와 고프로 카메라 한 대를 들고 태국을 출발, 무려 434일간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며 100개 넘는 에피소드를 영상에 담아왔죠. 덕분에 길었던 저의 황금연휴는 순.삭(순식간에 삭제) 당했습니다. 방구석에서 그를 따라다니며 여정을 전부 다 훑느라, 스물일곱시간 넘게 유튜브를 봤거든요...

이 사람이 말이죠, 체르노빌에서 1박 2일을 보내질 않나(놀랍게도 공식 투어가 있음), 50년 동안 불타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지옥문 옆에서 캠핑하질 않나. 말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질 여행을 오히려 재미있다고 다니더라고요. 특이한 여행을 하면서도 꾸밈이나 가식이 전혀 없어요. 이 사람은 그냥 여행 다니는 게 좋아서 자기 여정을 찍은 거고, 그걸 중간중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을 뿐인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뜻밖에 구독자가 40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채널로 성장해버렸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저도 여행을 좋아하긴 하는데, 누가 빠니보틀처럼 여행하라고 한다면 등 떠밀어도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가는 거라고 생각하니, 막 길바닥에서 텐트 치고도 편하게 누워서 잘 수 있을 것만 같고, 인도 기차 꼴등 칸이라도 17시간은 거뜬히 탈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런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더군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원효대사 해골물’ 따위의 도덕책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가끔 또 그런 교훈들에서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잖아요. Youtube로 떠난 27시간짜리 세계여행이 저에게는 바로 그 뒤통수를 맞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승님, 저기 움직이는 것이 나뭇가지입니까, 바람입니까?'

👴‘응, 그건 네 마음’

ps. 뒤통수 제일 세게 맞은 에피소드를 추천하며, <인도 뭄바이 최대 슬럼가 방문 후기>

아무래도 인도 기차는 일등칸이 좋겠다는

이남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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