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올가을의 단풍은 설악에서 물들기 시작하여 백두대간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다 속리산, 내장산, 지리산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며 11월 초에는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단풍은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지며 최저기온이 5도 이하일때 물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첫 단풍의 기준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절정은 산 전체의 80%가량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가리킵니다.

조선의 유학자 남명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이는 단풍을 봤다고 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요,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짜기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라는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예찬하는 삼홍시(三紅詩)를 남기기도 습니다.

우리나라의 단풍 하면 이름부터 '풍악(楓嶽)'인 금강산을 빼놓을 수 없죠. 일만이천봉 산봉우리와 기암괴석에 단풍이 어우러진 금강산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관을 연출합니다. 올해도 북한 중앙TV에서는 금강산의 가을 단풍을 소개했어요. 이제는 갈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언젠가 금강산의 단풍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 11월 초, 주말 산행을 함께하는 지인과 막바지 단풍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시작하여 길마제, 매바위를 지나 매봉에 오르는데, 계속되는 계단 오르막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만산홍엽이 매봉을 지나 망경대로 향하면서 비로소 그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문득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발아래서 사각사각 들려오는 소리에 만추의 계절이 아쉬움으로 밀려옵니다.

이제 그 곱던 단풍은 떨어져 낙엽이 되어 내년을 기약하는데, 준비할 시간도 없이 야속한 계절은 어김없이 겨울을 재촉합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주변에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한다면 훈훈한 겨울을 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안도현 시인의 ‘가을엽서’중에서.

구독자분들께 가을의 마지막을 나눠드리며

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