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근처 공원으로 가서 달리기 한바퀴. 작년에는 꾸준히 하다가 겨우내 추운 날씨를 탓하며 게으름을 피웠더니 몇 달 새 몸이 둔해졌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외면할 수 없기에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달리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구간은, 반환점이 몇 백 미터 앞에 보일 때 입니다.이 구간을 잘 넘기느냐에 따라 그날의 달리기가 결정되죠. 저만치 앞에 있는 반환점을 보면 벌써 마음은 꾀를 부립니다. ‘저기까진 언제 가지? 저기까지 가고서도 온 만큼을 또 뛰어야 하잖아!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더 뛸 수 있을까?!’하는 순간, 호흡이 흐트러지고 숨이 차면서 다리는 무거워집니다. 이 구간을 잘 버텨내면 반환점을 돌고 난 후에도 잘 뛸 수 있고, 꾀에 넘어가게 되면 다시 피치를 올리는 데에 꽤 애를 써야 합니다.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덤으로 안고 달려야 하죠.

처음에는 나약한 정신을 탓하며 불타는 의지로 뛰었는데, 의외로 승률이 높지 않았습니다. 반환점을 돌고 난 뒤 금방 퍼지거나, 완주를 한 후에도 종일 몸이 피곤했어요. 무엇보다 또 힘들 걸 생각하니 다음 날 아침에 나가기가 싫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름 요령이 생겼습니다.

반환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마음은 또 꾀를 내지만, 굳이 마음을 불태우기 보다는 그냥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립니다. 멀게만 보이는 반환점을 보지 않고 지금 뛰고 있는 발에만 집중하는 거죠, 얼마를 가야 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한 발 한 발 뛰는 스텝에 충실합니다. 많이 힘들면 속도를 줄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반환점을 돌게 되더라고요, 어느새.

간단한 것 같은데 이게 꽤 유용한 방법입니다. 목표했던 거리도 더 쉽게 갈 수 있고, 다음 날 아침에 뛰는 게 부담되지 않아서 꾸준히 밖으로 나오게 되거든요. 기록 단축보다는 꾸준함이 지금은 더 필요하기에 하루하루 뛰다 보니 다시 작년 페이스에 가까워졌답니다.

다시 봄은 왔습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코로나도 백신으로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고요. 비플러스는 P2P대출 관련법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등록을 위한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여러 요건을 갖추는 게 만만치는 않지만, 투명한 시민펀딩을 위해서 언젠가는 준비할 것들이었기에, 업그레이드를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현안이 남아있지만, 너무 멀리 보기보다는 지금 눈앞에 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 반환점을 돌고 멈출 게 아니라 더 멀리 더 오래 갈 거거든요.

한 발 한 발 호흡에 맞춰

박기범 드림

내 돈은 잘 쓰였을까?
㈜워싱크루에서 온 근황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