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순위를 따질 순 없지만, 거의 최측근이라 할 만한 친구였죠. 결혼식 당일 답례품을 맡아달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받은 터라 저도 덩달아 긴장이 되었습니다. MBTI 찐 ‘I’ 성향인 저는 발가락에서부터 외향성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한껏 밝은 얼굴로 손님들께 화답하고,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하며 나름 결혼식의 관계자 포지션을 사수했습니다. (1남1녀인 친구 집안에서 무려 ‘둘째 딸’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왔을 정도로요-😅) 

본식이 끝나고 가족들이 떠난 자리를 친구들이 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프로포즈는 누가 했는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2세계획은 있는지,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의례 할 법한 질문을 주고받던 중… 갑자기 제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친구도 결혼이 처음이겠지만, 저로서도 결혼하는 친구는 처음 겪는 일이라서요; 뽀얗게 화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친구의 낯선 모습,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 만나야 한다는 생각, 둘이 아닌 셋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커지는 상실감까지- 알 수 없는 감정을 꾹꾹 눌러 놓았다가, 긴장이 풀리니 봇물 터진 듯 눈물이 주륵륵 흘렀습니다. 

몇 분간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저를 보고, 한 어른이 다가와 위로를 해주셨어요. 본인 나이쯤 되면, 이제는 장례식장 갈 일이 훨씬 많다고요. 결혼은 경사로운 일이니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 말에 푸핫-하고 웃음이 터졌고, 괜스레 엉덩이를 슥 만져보다가(울다가 웃으면… 다 아시죠?) 어쩐지 마음이 개운해져 맥주를 왕창 들이켰습니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인간관계가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때론 내 처지의 변화가, 때론 상대방의 상황이 달라져서,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죠.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이런건가 싶습니다. 관계의 파도를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요. 그치만, 친구들의 청첩장은 조금 더 천천히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두 번째 청첩장 받기로 한

김가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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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에 ‘돈쭐’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