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이 허전한 날엔 동네를 걷곤 해요. 바깥 바람을 쐬면서 계절의 변화 온몸으로 느끼기도 하고,
거리 상점의 불빛을 구경하면서 목적지 없이 산책을 해요.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걷다보면
엉켜있는 심란한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또한 그 덕분에 동네 산책을 자주 하게 된 것이 저에겐 나쁘지 않은 루틴이 되었어요.
여느 날처럼 동네를 배회하다가 작은 동네서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간판이 작아서 지나칠 수도 있는
무명의 공간이지만, 유리창을 통한 내부에는 바 테이블 너머 위스키도 보이고 알라딘 양탄자 같은
것이(?!) 깔려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보였어요. 서점 주인분이 적당히 무심한 것도 마음이 편안했는데,
책의 표지만 보아도 일반적이지 않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양성에 잠시나마 소소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드네요. 공간을 가득 메운 종이 냄새와 잔잔한 재즈의 선율도 새삼 좋았구요.
독서 취향이 사람마다 달라서 베스트셀러 안에선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기 점점 어려워지는데,
다양한 주제의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전이 되는 걸 보면 거기서 위로를 받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이렇게 잠시 머물고 싶은 공간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비 같은 공간, 회원 님에겐 그런 공간이 있나요? 시대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지만, 내가 애정하는 공간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거에요.